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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중국산 김치는 어디로...?
  

그 많은 중국산 김치는 어디로...?

나는 공식적으로 중국산 김치를 먹어보지 못했다.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나를 포함해 거의 모든 국민이 중국산 김치를 먹었을 것이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지난해에 비해 수백 배가 늘었다나 어떻다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하고 외치고 "신토불이야~" 하고 노래를 불러도 소용이 없다. 중국 김치인 줄 알아야 먹지를 않지.

식당에서 가끔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김치를 먹을 때가 있다. 배추에서 '왜~' 하는 약간의 매운 맛, 그러니까 무에서 나는 매운 맛 같은 것이 받는다. 우리 배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맛이다. 이럴 때면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묻는다. "이거 중국산 아니에요?" 난리가 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중국산 김치를 쓸 수 있겠어요? 사람을 뭘로 보고!" 다들 그러는데, 그렇다면 대체 그 많은 중국산 김치는 누가 다 먹는단 말인가. 중국집에서? 하여간!

외국 시장에서의 국산 김치 점유율은 떨어진다고 하고 국내는 중국 김치가 판을 치고. 김치 종주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 김치가 세계인의 음식이 된 것은 민족적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나, 그러면 뭐하나, 실속은 이웃에서 다 챙기는 것을. 조급하게 세계식품규격을 정한 것이 실수일 수도 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에는 질(세계인의 기호에서 본 '질'이다)에서 일본에 뒤지고 가격에서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 식품 규격을 정해 이웃 나라들이 김치를 만들어 팔 수 있게 한 것이 실수였다는 말이다.

과거지사는 더 이상 묻지 말고 앞만 보자. 먼저, 중국 김치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있다. 최종 소비 단계에서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하면 된다. 그러니까 식당에서 김치를 내놓을 때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표시하게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자면, 말이 많다. 모든 식품에 대해서 그래야 하는데 이게 쉽겠는가. 업자들의 온갖 로비를 감당할 관료-정치인들이 우리에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제도로 안 되면 자율로 하면 된다. 그러니까, 식당 주인들이 나서서 제 음식의 원산지를 표기하면 되는 것이다. 한우 고기만 파는 식당이 커다랗게 '국산 한우 전문점' 하고 붙이듯이 말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우리 식당에서는 중국산 김치를 내지 않습니다'라고 붙여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바쁜 식당 주인들이 그 일을 하려고 들까? 그러면 중국산 김치 수입 급증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농민이나 생산자단체들이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조그만 스티커를 만들어 식당에 나누어주면. 만일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약속하건대, 나는 이 스티커가 붙은 식당만 취재할 것이다. 며칠 전 유명 갈빗집에서 중국산임에 분명한 김치를 먹다가 화가 나 "윤봉길 의사처럼, 누가 중국 가서 김치통에 납덩이 하나 넣고 와라"는 둥 엉뚱한(?) 생각을 했는데, 스스로 지키는 방법도 있겠다 싶어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글-사진/황교익〈맛칼럼니스트〉
2004-09-19 14: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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