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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祖師의禪話(吳보山著, 寶蓮閣, 1979, p.38.)"라는 책에 있는 "노파의 소암(燒庵)"이라는 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느 노파가 조그만 암자를 지어 젊은 선객(禪客)을 모셨다. 그 노파는 20여 년을 한결같이 의복과 음식 등을 부양하면서 선객의 공부에 불편이 없게 했다. 이 노파에게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이 딸이 매일 음식을 날랐다. 노파는 젊은 선객의 공부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떠보기 위해서 딸에게 선객을 유혹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어느 날 딸은 아침 공양을 가지고 암자에 가서 선객이 공양을 마치기를 기다린 후 선객의 품에 안기면서 온갖 유혹을 다하였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아가씨가 선객에게 물었다. "굳이 말로서 표현해야 하는가? 내 태도를 보면 알겠지." 아가씨의 유혹에도 전혀 동요가 없던 선객은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래도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저는 스님에게 안기니 무척 황홀한데요. 스님은 어떠세요?" "고목이 찬 바위를 기대고 선 것이요, 불씨 꺼진 재가 따스한 기운이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아, 그래요? 그럼 저 같은 소녀가 情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겠네요?" "받지 않는 정도라기보다 도대체 아무 것도 느끼지를 못하겠는걸." 아가씨는 집에 돌아가서 스님과의 대화내용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였다. "스님은 도력(道力)이 대단하신가봐요. 저 같은 처녀가 온갖 유혹을 다해도 아무런 동요도 없으시니 말이에요." 그러나 딸의 말을 들은 노파는 크게 화를 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20년간이나 맹추 같은 놈을 공양을 했구나. 흑산귀굴(黑山鬼窟)속에 앉은 사마외도(邪魔外道)를 더 받들다가는 나도 그에 휩싸여 동타지옥(同墮地獄)할 터이니 당장 내쫓아야겠다." 노파는 곧 암자로 달려가서 그 선객을 내쫓고 암자를 불살랐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자기자신의 극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선객이 진정한 도를 닦았다고 한다면 여자가 품에 안겼을 때에, "응, 모처럼 내 방안에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군." 이렇게 응수하면서 손으로 여자의 등을 어루만져주고 두어 번 토닥거려 줄만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을까?
2002-08-19 22: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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