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YO 생활속 추억들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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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찌개를 같이 먹어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하거나 심심할때 입이 궁금할때 때론 김나도록 스트레스가 쌓였을때 부시럭 부시럭 냉장고를 뒤지는 버릇이 있다. 맛있는 것을 찾으면 월척에 대박이지만 우리집 가난한 냉장고 에는 항시 김치와 감자 오래된 야채들이 쉰내를 풍기며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아직 맛이 덜 간 것들 중에서 뭔가를 만둘수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한마디로 "심봤다" 다. 난 아직 요리만큼 머리를 가볍게 해주고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효과 만점의 해소법을 알지 못한다. 요리를 만드는 동안에는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잡념이 버틸틈이 없거니와 잠시나마 딴 생각했다가는 장담컨데 백발백중 요리를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만큼 집중이 필요한 것이고, 완성했을 때의 행복감은 그 집중도에 비례한다. 간혹, 가뭄에 꽁나듯 한 일이지만 내 인생에 이런 일은 딱 한번 있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요리에 관심있는 남자를 만나서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순간 눈에서 빛이 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며 이상한 기류가 둘사이를 감도는 걸 느끼게 된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주위가 우리를 중심으로 도는것 같고 영혼이 통하게 되는 느낌이다. 그런 사람과 어찌됐는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 순간 만큼은 잊지 못한다. 물론 더러는 '요리' 소리 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고, 체질적으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도 내 주위에는 많다. 여자건 남자건 개인적으로 이런 증세에 대해 심히 불쌍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내가 요리의 기쁨을 처음 알게 된 그 순간은 마치 영화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비욜라가 세익스피어와 하룻밤을 자고나서 유모에게 외쳤던 '새로운 세상이야' 라고 외친 바로 그런 느낌과도 같았다. 내가 오늘 얘기하고 싶은건 요리의 행복함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런 행복한 요리를 하고 나서도 문제는 있다. 바로 먹을 때인데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 줄 때는 감지덕지, 금상첨화이고 눈물이나게 고맙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식구들 입에 맞는 음식 만드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거니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칭찬에 옹색한 가족이라면 밥상머리에서 쌈 나는 경우도 솔찬히 경험해 봤다. 이보다 더한 경우는 가끔씩은 혼자서 먹어야 하는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에게 가장 복스런 일은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맛난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이다" 라고 했고, 중국에서 내려오는 말 중에 '음식남녀'란 말이 있다. 세상사 식욕과 성욕만큼 중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은 맛없는 음식일수 없다. 요리를 할 때 사랑 양념을 넣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서로 표현하자면 '정성' 이랄수 있고 그 정성이 쌓이고 쌓여서 어머니의 손맛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아직 정성의 경지는 꿈도 못 꾸거니와 손맛은 손톱 끝에도 오지 못했지만 내 특기는 맑은 된장찌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끓인 된장찌개 만큼 맛있는것은 아직 못먹어봤다.

오늘 나는 나만의 그 된장찌개를 바지락 호박 두부 감자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서 저녁을 푸짐이 차려놓고 쓸쓸히 혼자서 저녁을 먹으며 생각했다. 나도 맛있는 된장찌개 같이 먹어 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2003-01-26 13: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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