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YO 생활속 추억들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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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결혼식
  




토요일 오후 두 살 된 아이를 들쳐 업고 가는
남편의 거래처 사람 결혼식장은 ‘짜증’ 그 자체였다.
남편은 급한 일로 못 간다고 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대신 가줘. 나 말고 딴 사람 것도 있으니까
돈 찾아서 봉투에 두 개 넣어 줘. 미안해!”
등이 땀으로 젖은 채 축의금을 들고
결혼식장에 들어선 나는 너무 힘들어서
축의금을 전해주고는 곧장 나오려 했다.
그런데 다른 예식장과 너무나 다른 분위기가
나를 끌어 당겼다.

신랑 측은 여느 분위기와 다를 바 없이 웅성거렸지만,
오른쪽에 있던 신부 하객들은
대부분 침묵한 채 부지런히 손만 놀리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신부가 벙어린가 보다.
’ 그냥 집으로 가려던 나는
발길을 멈추고 예식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모든 순서가 진행될 때마다
우측 맨 앞에 나온 수화 통역자가
계속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특이한 결혼식이었다.

대충 감을 잡은 신랑 측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신부 엄마 쪽이 온통 장애래.”
“신부 친정 식구들이 듣지를 못한대.”
“그럼, 양가가 서로 말도 못하겠네.”
“쯧쯧, 그래서 그렇게 결혼 반대가 심했구먼.”
옆에서 들려오는 잡다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애를 업은 내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심장은 마구 도리질치기 시작했다.
내 결혼식 때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양쪽 어른이 함께 인사하던 날,
사돈되실 분 손 한번 잡아 보시고
가족들의 대화하는 모습만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우리 아버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수화로 말씀하셨다.
“네 결혼식 때 나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니
큰 삼촌이랑 고모하고 혼주 석에 앉고
나는 멀찌감치 뒤에 있으마.
못 듣기 때문에 네 손을 잡고 못 들어가겠다.”
물론 그때 식구들은 무슨 말씀이냐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신부입장 때
소리를 못 듣는 아버지가 실수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얼굴이 끈거렸다.

마침내 결혼식 당일,
내가 염려한 대로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조심조심 입장하던 아버지는 주례사의,
“신부 아버지는 이제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로 인계해 주세요.”
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신 것이다.
순간 나는 당황하여
더 가지 마시라는 신호로
아버지의 팔을 꽉 붙잡았는데
눈치를 못 채신 아버지는
그만 단상 위까지 올라가실 뻔했고,
신랑은 어정쩡하게 그 옆에 서 있게 되었다.
1분도 안 되는 순간이었지만,
하객 쪽에서는 “하하하” 하는 폭소가 터져 나왔고,
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하객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섰다.
결혼식 내내 아버지는 땀을 닦으시며
안절부절 이셨고,
옆에 앉아계신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대충 일어나고, 앉고, 사진 찍고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결혼식은
환한 웃음을 머금은 수화 통역자가 아예 사회자 옆으로 나와 서 있었고
식장까지 들어와 잘 살라며 축복해 주는 하객들.
그것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신랑.
박수로 축복하는 하객들.
눈물이 뒤범벅이 된 채
나는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친정집을 향해 달렸다.
결혼식 내내 골이 나 있었던
나의 눈치를 살피느라 안절부절 못하던
아버지의 눈길을 묵살하고 말았던
철없는 나의 행동을 용서받고 싶었다.

‘아버지, 그동안 저희 두 자식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30년의 세월,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저의 등 뒤에서 등대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아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해요.’
2003-08-06 12: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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